인간갱생프로젝트 시작 :: 2009/01/31 14:45

나는 내 체질을 모른다. 소위 음양오행이니 사상체질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그래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체질별 음식궁합이라든지 건강관리법 같은 글들을 보면 이걸 보고 따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자기 체질을 정확하게 알고 있단 말인가! 싶어 어쩐지 소외당한-_- 느낌마저 받곤했다. 쩝. 이것도 이유중의 하나였지만, 사실 이유를 대자면 꽤 여러가지를 주욱 나열할 수 있겠다. 입사하고 나서부터 지금껏 5킬로가 넘게 급속도로 살이 붙었다. 그리고 역시 입사 후 주기적으로 소화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툭하면 초조해지면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도 생겼다. 나는 이 모든 현상의 총체적인 원인을 알아내고 싶었던거다. 그래서 집 근처 한의원 문을 두드린 게 바로 어제 저녁의 일 되겠다. -_-;;

'어떻게 오셨어요?'라는 원무과 언니의 물음에 더듬거리며 위와 같은 이유들을 줄줄 나열하고 있으려니 앞뒤로 빽빽하게 인쇄돼 있는 문진표 두 장을 준다. 문진표 마지막엔 이런 질문이 쓰여있었다. '본인이 받고 싶은 클리닉은?'. 망설임없이 마지막 항목에 동그라미를 그려넣었다. '선생님 진단대로'. -_-;; 문진표를 내고 나니 간단한 신체검사가 있겠다며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그러고서 검사를 받으러 졸졸 따라갔는데.. 어? 이것은 몸무게와 체성분을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최첨단 기계 인바디 아닌가-_-;; 한의원에서라면 무릇 연세 지긋한 화타;님이 손목을 잡고 맥을 턱턱 짚은 다음 체질에 대해 술술 읊어줘야 하는게 진리; 아니냐! 하지만 과학과 첨단이 빛나는 21세기 한의원에선 기계님이 척척 성분분석을 완료해주셨고, 분석지를 들고 검진실에 들어가니 30대쯤 되어보이는 젊은 화타오빠;가 한참 들여다보더니 왼손 오른손 맥을 한 번씩 짚어보곤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자 이제부터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들어갑시다".

화타오빠님이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나는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들을 최근들어 부쩍 잘 먹어댔으며(맙소사. 내겐 해초류를 제외한 모든 해산물이 맞지 않는단다. 거기에 쌈채소랑 술도 안 맞는다고. 그런 걸 먹으면 몸에 독이 쌓여 살이 된단다. 문득 회와 소주로 점철;됐던 나의 지난 회식자리들이 생각나면서.. T_T 게다가 우리회사건물 1층이 일식 선술집이라 근 몇 달새 유독 그런 류를 많이 먹었다능..) 더군다나 움직이지도 않는 사무직주제;에 식사를 분에 넘치게; 해 왔다는 거다. 거기에 본디 체질적으로 위와 장이 약한터라 소화장애가 일어난거라고.. 이 모든 걸 끊고(내 회! 내 술! T_T), 식사량을 줄이고(간식은 얄짤없돠), 꼬박꼬박 약 잘 먹고, 정기적으로 와서 침 맞고 부항 뜨면 살도 내려가고 몸도 좋아질거라고 했다.

특히 위를 보호해주는 성분이 강하게 들어갔다는 약의 값과 치료비 한 달치를 선불로 긁고 나오면서 어쩐지 뭔가 스케일이 커졌다는 느낌에 좀 우울해졌다. 난 그저 가볍게 진찰을 받으려고 했던 것이거늘, 이건 뭐 거의 인간갱생프로젝트 시작이잖아.. T_T 엉엉. 만나기로 한 친구들도 많은데 한약먹는 동안 내 술자리는 다 어째. 살 내려가고 나서 만나면 미녀 됐다고 더 좋아해줄꺼야.... 라고 믿기엔 확실히 그리 된단 보장도 기약도 없잖아 T_T;; 뭔가 낚인 듯도 하지만 이왕 낚인 거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해 보긴 할테다. 하지만 슬프다. 하지만 잘 할거다. 하지만 우울하다. 하지만.... 우엥 T_T

아. 그래서 결국 내 체질명;을 알아내게 되었는가 하면.. 그런거 물어 볼 경황이 없었스무니다.. -_-;; 그냥 시키는 대로만 걱실걱실히 하면 좋은; 체질이 되리라 믿고 의지하겠스무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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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과 채소는 체질에 안 맞는다고, 커피와 밀가루는 원래 한약 먹을 때 안 먹는 거라고 체크해 주신 것.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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