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현실은 또렷한데 :: 2009/02/11 01:12
이번주엔 어쩌다보니 이틀 연속 꽃남을 '닥본사' 하게 됐다. 언제는 안 그랬냐만 오늘은 비현실적 전개의 끝을 달리더만. 아니 녀석들이 하제인지 제하인지 하는 애한테 얻어 터져가며 사랑 확인해서 일단 사건사고 하나 끝났는가 싶더니 이번엔 급 잔디 아버지 사채업자한테 끌려간거다? 그래서 잔디 엄마가 자존심 다 버리고 소금까지 머리에 부어가며 어렵게 어렵게 받아온 돈을 아빠가 장기매매-_- 당할지도 모른다는 상황에서 그네 몇 번 까딱 타곤 가족의 결정이네 뭐네 하며 되돌려주네? 되돌려줬으면 아빠 다시 끌려가야 하는거 아닌가?; 아빠가 끌려가긴 커녕 딸은 또 급 아무렇지 않게 친구들과 스키장엘 놀러가고 사랑의 정표; 분실하고 덕분에 또 둘이 완전 틀어지네. 아 근데 또 웬 조난에 구조에 다시 사랑확인에 -_-.. 아 제발 좀. 이제 사건이 터질 조짐이 보여도 15분 뒤 해결될 거 아니까 별로 놀랍지도 않고, 둘이 너 같은 애 다신 보고 싶지 않다느니 니가 질렸다느니 해도 15분 뒤 오해풀 거 아니까 '작작 좀 하지?' 소리가 절로 나오잖우. 쩝.
그나저나 이렇게 비현실적 세계에 둥둥 떠 있다가 끝나고 채널 돌리던 중 우연히 피디수첩을 보게 된거라. 시작부터 오늘의 주요 내용들이 줄줄 브리핑되어 나오는 데 불과 몇 분만에 아무렇지 않게 펼쳐지는 또렷한 현실세계의 현실을 직시하려니 맘이 좀 그렇더라. 오늘 방송된 내용은 용산참사와 미네르바구속수사 그 이후 남은 의혹들에 대한 심층분석이였다. 용산 현장에 용역들이 투입됐단 건 거의 기정사실화 됐더라. 화장실 다녀온 사람들이였다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이 더욱 진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고. 미네르바는 구속 이후 까맣게 잊고 있었더니만 미네르바를 구속하게 된 결정적 이유인 '허위사실 유포'에 하등의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다네. 사실을 허위라고 주장하는 걸 보면 정말 누군가 간절히 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길 원치 않았다는 것 밖에 더 되나. 참으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세.
드라마며 현실이며 할 것 없이 참 어처구니 없는 허무맹랑함으로 가득하구나. 헌데 현실의 허무맹랑함은 너무도 날카롭고 잔인해서 차라리 꽃남의 포근하고 달달한 허무맹랑함에 머물고 싶네. 하지만 또렷한 현실은 이렇게나 버젓이 내 손이 닿는 곳에 존재하고 있거늘 달아난다고 해서 진정 달아날 수 있을까. 잔인함과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달달함에서 찾을 수 있게 되길. 문득, 다짐하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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