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은 발렌타인 :: 2009/02/15 16:15
병원엔 주 2회씩 꼬박꼬박 잘 다니고 있다. 일과시간 중에 갈 순 없으니 회사 마치고 저녁 때 가는 데 주중에 언제 야근을 하게 될 지 몰라 예약 잡기가 힘들다. 그래도 월욜은 한 주 시작하면서 업무파악해야 하니까 패스하고 화,수 중 하루랑 금,토 중 하루로 가면 되겠다 하며 머리를 굴리곤 하는 데 금요일 밤엔 항상 야근 아니면 약속이 잡히는 거지. 그래서 적당한 날짜 간격을 고려해 잡은 황금 스케줄-_-이 바로 화,토 되겠다. 화요일 밤 토요일 오전. 그래서 어제 아침에도 병원에 갔다. 발렌타인데이 아침에 체질개선하겠다고 한의원 가서 침 맞고 부항 뜨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여기까지 쓰고 보니 어제 병원에서 만난 아가씨들이 줄줄이 생각나지만, 뭐.. 근데 그 아가씨들은 치료 마치고 데이트 갔을까? 음 -_-)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다 병원 맞은 편 백화점에 잠시 구경을 갔다. 지하 1층 이벤트 홀 에서 가을겨울상품 세일이 한창이였는데 봄에 입으면 딱이겠다 싶은 아주 귀여운 숏 트렌치코트가, 그것도 내가 쫌 좋아하는 브랜드의 질 좋은 것이, 단돈 4만원에 팔리고 있는 것 아닌가.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뒤 점원에게 66으로 달라고 하니 55는 있는데 66은 품절됐다는 말이 되돌아왔다. 쳇. 알았어. 55가 되어 오라는괜한 지름은 하지 말라는 하늘의 계신게지? 쓸쓸히 다른 옷들을 만직거리며 미련을 떨쳐내려 애쓰고 있는데 옆에서 웬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이거 사고 싶어? 돌아보니 3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여성과 유치원생 쯤으로 보이는 여자 어린이가 원피스 한 벌을 놓고 들여다보고 있다. 엄마 이거 살꺼지? 아이가 재차 물으니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이 답한다. 아니. 엄마 그럼 왜 보고 있어? 사고 싶어서. 사고 싶음 사면 되잖아. 그러자 엄마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말을 흐렸다. 그럼 네가 사 주려구..? 순간 이 엄마의 머릿 속에 스쳐가고 있을 것 같은 오만가지 생각들이 내 머릿 속 가득 차오르는 거다. 눈 감고 지를까 무이자 할부로 그으면 한 달에 몇 만원 밖에 더 나가 아냐 어제 모임가서 쓰고 온 돈을 생각해 봐 이번 달 카드 값이 얼마였는데 거기에 생활비 빼면 얼마 남는 줄 알아 지난 달에 냉장고도 할부로 그은 거 생각 안 나 대출이자는 언제 다 값으려고.. 어쩐지 울컥해져서 그만 백화점을 빠져나오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티비보고 얌전히 앉아있다가 저녁무렵 언니를 만났다. 수유에 있다는 '본격 인도요리 전문점'에 가기 위해서였다. 채다인님의 소개로 블로거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소문 난 인도요리전문점 '해피쿡'. 몰랐는데 약도를 자세히보니 내가 나온 고등학교 근처더라. 갔더니 가격대도 괜찮고 맛도 꽤 좋은데 소문대로 외진 곳에 있다보니 사람이 거의 없어..OTL 식사를 다 마칠 무렵 밀크티랑 발렌타인 특선이라며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생딸기에 초코를 발라 굳힌 디저트를 받았는데 설탕이랑 색소발린 사탕가루로 어설프게 데코인지 범벅인지가 되어 있어 그 부분은 다 떼고 딸기만 먹고 나왔다는. 쩝. 다 먹고 나니 배가 제법 불러서 좀 걸을까 했는데 좀 걷다보니 우리집 방향이라 오기로 집까지 다 걷고(지하철 4정거장-_-) 들어와 지쳐서 뻗어잤다.
쩝. 이거 다 쓰고보니 14일 일기 완성이로세. 단지 난 의식의 흐름에 충실하게 적었을 뿐이다?
짤방은 어제 먹은 카레. 과연 본격 인도 카레 다워서 꺽꺽거리며 한참을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