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리의 기억들 :: 2009/03/14 02:05
며칠 전 퇴근길에 좀 걷고 싶어져서 청담역에서 압구정역까지 혼자 아이팟을 친구삼아 느릿느릿 걸어갔더랬다. 걸어가며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다 보니 새삼 반가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폰카로 철컥, 몇 컷 찍어봤다.
1. 외부인 초청행사를 몇 주 앞둔 지금, 쌓인 일들 가운데 가장 신경쓰이는 건 아무래도 식사다. 장소며 행사 프로그램 특성상 거한 요리는 아무래도 무리겠다 싶어 염두하고 있는 메뉴는 초밥이나 롤 같은 계열과 샌드위치. 해서 요 며칠 사이 강남에서 유명하다는 그 계열; 맛집들을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나온 가게 중 하나가 바로 압구정동의 브런치 가게 '액츄얼리'였다. 그런데 암만 지도를 봐도 어딨다는 건지 감이 안 오는거라. 가격대도 꽤 높을 뿐 아니라 알고보니 호불호도 심하게 갈려 결국 고려대상에서 제외시켰는데.. 걷다가 맞은편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간판이 있길래 자세히보니 바로 그 '액츄얼리'네. 나중에 샌드위치 먹으러 꼭 한 번 가 봐야지.
2. 2007년에 종종 갔었던 그 골목. 마지막으로 간 날이 2008년 2월 24일이였던가. 그러니까, 저 골목 안 어느 건물의 지하엔, 더블아가들의 녹음실이 있다. 아가들의 데뷔 프로그램인 엠픽에 수도 없이 등장해 가 보기 전 부터 친숙했던 그 녹음실.. 팬사이트 운영하면서 운영업무(으하하-_-;) 땜에 몇 번 갈 일이 있었는데 갈 때마다 뭔가 좀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은 어색민망뻘쭘한 기분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더랬다;; 난 당당한 파슨이지만 그래도 너무 대 놓고 아가들 녹음실 앞을 서성이는 행위-.-는 촘 거시기 했다그. 그래서 여기는, 내게 애틋함과 뻘쭘함이 교차하는 곳. 얘들아, 너희 아직도 여기서 녹음 하니? :)
3. 이따끔 심심할 때면 네이버 지식인 고수가 되기 위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질문들에 닥치는 대로 답해주며 놀곤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질문이 있다. '고속버스터미날에서 SM엔터테인먼트 가는 방법 알려주세요'. 유사 질문으로는 'SM엔터테인먼트 가려면 무슨 지하철 역에서 내려야 하나요?'가 있겠다 -_-;; 정답은 '3호선 압구정역에서 내려 갤러리아 백화점 쪽으로 쭉 걸어가시면 돼요. 근데 지하철역에서 부터 걸어가기엔 조금 머니까 택시타세요. 아마 기본 요금 나올 거에요~' 다. 아, 7호선 청담역 9번출구에서 내려 갤러리아 백화점 쪽으로 가도 된다. 하지만 이 역시 걷기엔 살짝 거리가 있으니 오빠에게 전해줄 선물이 넘 무겁다면 택시를 추천. 이 날도 수 많은 교복부대+눈화부대+삼촌부대가 행여 누군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건물 앞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4. 내가 처음으로 갤러리아 백화점에 발을 디뎠던 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초등학생 때 였을 것이다. 엄마아빠를 따라 언니와 온 가족이 함께 갔었는데 어째서였는지 우린 식당가로 곧장 가 갈비탕을 먹고 나왔었다. 왜 무슨 일로 거기까지 가서 그걸 먹고 나왔는지 정확한 정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한 건, 처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세상에 이런 별천지가 있었나 싶어 눈이 휘둥그레 해 졌었다는 사실이다. 그 후 아직까지 한 번도 갤러리아 백화점 안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다음 번엔 무슨 일로 가서 어떤 인상을 받고 오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