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부터 올 초까지 일본 - 일본 - 일본 쓰리콤보 일본기행을 다녀오고 난 후, 다음 여행지는 일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정하고야 말겠다고(물론 나의 일순위는 언제나 일본!) 다짐하면서 내심 속으로 점찍어 둔 목적지가 있었으니 그 곳은 바로 별들이 속삭이는 홍콩이였다. 일단 가깝고, 쇼핑과 관광을 모두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 다녀온 모든 이들이 한 번 다녀오면 중독될 지도 모른다고 한결같이 입 모아 말해주었기 때문이였다 :) '다음'은 4월로 다가왔고 나는 차근하근 홍콩으로 떠날 준비를 해나갔다. 사내모집을 통해 동행도 구했고 저렴한 항공권도 질렀고 첨으로 해외사이트를 통해 숙소까지 예약했을 뿐 아니라 가이드북 정독에 포에버홍콩 카페 훑기까지.. 모든 건 완벽하게 준비됐다. 남은 건 정말 떠나는 일 밖에 없는 줄로만 알았다. 공항에 닿기 까진 정녕 그랬으니까.. -_-
09년 4월 24일. 10시 2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7시경 집을 나섰다. 평소대로라면 시내버스를 타고 중심가로 나가 더 싼 리무진을 탔을 것을, 그 날 따라 어쩐지 집 앞에서 출발하는 리무진을 타고 싶은 거라. 정류장 벤치에 앉아 발을 까딱거리며 배차간격이 30분이라는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설마 30분을 기다려야 하진 않겠지. 하지만 웬걸, 버스는 30분도 아닌 40분 뒤 모습을 드러냈다. 7시 40분. 1시간 후면 8시 40분. 오 그래 나쁘지 않아. 버스에 올라 짐을 싣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몇 분이나 지났을 까. 눈을 떠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을 목격한 순간, 손발이 오들오들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자그마치 9시. 리무진은 평소 타던 도로가 아닌 이상한 도로로 한참이나 구불구불 달려가고 있는 거다? 그러다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김포공항이였다. 오 노. 김포공항 경유라니...!! 이때부터 나는 '그래도 늦지 않을꺼야'를 천번쯤 중얼거리며 마인드컨트롤에 들어갔다. 그래. 내리자마자 바로 카운터로 뛰어가서 티켓부터 발권받은 담에 잽싸게 외환은행을 찾아 사이버환전 신청한거 찾고 바로 면세 사사삭 찾은 다음 게이트로 뛰는거야!!!!
리무진이 인천공항에 닿은 시간은 정확히 9시 45분이였다. 무려 두 시간 동안 공항리무진으로 서울 투어를 마친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바로 발권창구 앞으로 뛰어갔다. 허겁지겁 여권을 찾아 내미니 항공사 직원들이 혀를 차며 말했다. '발권 종료됐습니다'.
악! 악! 악! @_@
순간 하늘이 노래지고 머릿속이 핑글핑글 돌기 시작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안 돼요~ 일행이 혼자 들어갔어요~ 안 돼요~ 저 빨리 해 주세요~'를 외치자 첨엔 나를 불쌍히 보던 직원들의 표정이 점점 험악하게 바뀌어갔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죠. 저희가 손님땜에 비행기 출발을 늦출 순 없잖아요?' 아 당신들 어쩜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어 -_-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발을 구르고 있는 나를 보며 한 직원이 태연하게 컴퓨터를 타닥 두드리더니 '다음 비행기가 1시에 있네요 그거 타시든가요'라고 일러주었다. '그거 표 새로 사야하는거에요?', '손님 당연하죠'. 아.. 신이시여.
싸늘한 표정의 직원이 턱으로 가리켜 준 방향대로 가니 발권데스크가 나온다. 데스크 직원은 차분하게 일단 발권한 여행사에 전화해 캔슬을 놓아달라고 요청한 뒤 여기서 새로 발권을 받으라고 일러줬다. 위약금 100% 떼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떨리는 손으로 여행사에 전화를 걸었다. '아 저 오늘 곧 출발할 비행기 왕복권 취소하려고 합니다'. '네 취소수수료 3만원 지금 입금해주시면 바로 취소 해 드릴께요'. '저 죄송한데 항공권 취소 위약금이 몇 %나 되나요?' '없습니다'. '네 없다구요??'...!
알고보니 운 좋게도 내가 구입한 항공권은 취소 위약금이 전혀 걸려있지 않는 녀석이였다.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리며 취소를 마치고 발권데스크에 바로 다음 시간 홍콩행 비행기표 발권을 부탁했다. 그리하야 약 3시간 가량 늦은 다음 비행기 티켓을, 별다른 손해 없이, 의외로 쉽고 빠르게 구입할 수 있었다. 으헝헝..
이 일련의 황당 시츄에이션을 게이트에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S님께 알리니 S님은 태연히 웃으며 '그럼 저 먼저 홍콩가서 쇼핑하고 있을게요~'라며, 되려 내가 걱정할까 자기 걱정은 말고 잘 수습하고 뒤따라 오라고 해 주었다. 아 이 고마운 사람 같으니라고..
그렇게 미친 짓-_- 을 마치곤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공항 갈 때 마다 꼭 들러주는 스무디킹에 앉아 그레이프 익스팩테이션을 홀짝거리며 팀원들한테 영상전화를 걸어줬다 -_-; 님들 저 아직 인천이에요! 그치만 오늘 중으로 휴가는 갑니다!! (젠장 흑흑)

아이러브 스무디킹!! 스무디킹을 마시며 심신-_-의 안정을 찾았다.. 휴

졸지에 국적기 타게 된 인간. 원래 타야했던 뱅기는 타이항공 것이였다. 킁..
홍콩행 1시 대한항공 비행기안은 조금, 아니 꽤 한산했다. 내 좌석 좌우앞뒤로 아무도 앉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덕분에 좌석을 거의 침대 수준으로-.- 젖히고 드러누워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옥의 티가 있었으니, 하필 내가 앉은 통로 서비스 담당 언니님은 많고 많은 한인 다 두고 딱 한 명 뿐이였던 중인 언니;였다는 거..! 중인 언니님하는 점심을 날라주며 '비비파 오올 비프?'라고 물어 나를 당황케했고, 한국 전통음식 '비비파(비빔밥-_-)'를 못 알아듣는 내가 외국인이라 생각했는지 친절하게도 영어로 된 비빔밥 설명서-_-까지 보여주는 친절을 베풀어주셨다. 킁.

홍콩의 T머니 카드, 옥토퍼스카드. 공항리무진(2층버스!!)타고 시내로 향하는 길에 찰칵~
그렇게 병짓-_-을 마치고 세시간여 후 도착한 홍콩은, 어어, 어째서 여름날씨가 아닌거야! 예상을 깨고 조금은 쌀쌀하기까지 한 날씨에 다소 벙쪘지만-_- 그래도 확실히 새로운 세상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니 마냥 좋더라. 교통센터에 들러 옥토퍼스 카드를 사고 2층 리무진에 올랐다. '2층 버스의 묘미는 2층 맨 앞자리에 있다'는 선배여행자;들의 말을 상기하며 잽싸게 계단을 타고 올라 2층 앞자리 사수 성공. 버스는 한산한 외곽지역을 벗어나 티비에서 많이 본 듯한 정신없는 간판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아, 홍콩, 정말 홍콩에 왔구나.
해외사이트를 통해 최저가 + early reservation 할인으로 아주 저렴하게 잡은 우리의 별 네개짜리 숙소는 더욱 고맙게도 교통의 요지에 위치 해 있기까지 했다 >.<~ 1층 로비 쇼파에 앉아 인도계로 추정되는 아이가 엄마와 사진을 찍으며 노닥거리는 모습을 구경하다 나 역시 카메라를 꺼내들어 호텔 이곳저곳과 병짓-.-을 마치고 무사히 휴가지에 도착한 내 모습을 찍어댔다. 그렇게 한 30분여 앉아 있으려니, 호텔 도어 너머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꺅! S님!!
꺅!! 별리님!!우리는 이역타지에서 무사히 상봉한 것에 대한 기쁨과 반가움으로 마치 몇 년만에 재회한 친구처럼 서로를 얼싸안고 둥실둥실 춤을 추었다. 으하하 ;ㅁ;

홍콩에서의 첫 끼, 싸고 맛난다는 '마카오레스토랑' 방문!
체크인을 마치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들어간 곳은, 현지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값싸고 맛난 마카오식 레스토랑. (이름이 아예 '마카오 레스토랑'이였다능;;) 사실 싸고 유명해서 간 것이기도 했지만, 이 때 까지만 해도 우린 마카오에 확실히 갈 생각이 없었기에 아쉬움을 미리 달래기 위해(?;;) 간 것이기도 했다. 히히.

짰지만 맛났던 닭마늘볶음. 저 초록풀;은 3박4일 내내 우리를 괴롭힌 고수. 뷁!

역시나 짰지만 엄청나게 많고 맛있었던 새우볶음밥

마카오레스토랑 전경. 식사를 마치고 나니 벌써 깜깜한 밤이 되어있었다..
비둘기 구이가 유명한 집이랬지만 차마 비둘기를 먹을 용기까진 나지 않아 비둘기와 유사한-_- 닭고기 요리와 볶음밥을 시켜 먹고 후식으로 그 유명하다는 마카오식 에그 타르트로 알차게 입가심까지 마쳤다. 오오오.. 풀코스로세. 흡족한 마음에 배를 두드리며 시간을 확인하니, 앗 심포니 오브 라이트 시작 10분 전! 서둘러 발걸음을 항구로 옮겼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의 야경은 과연 장관이더라아..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고보니 이미 'best spot'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 틈을 적당히 비집고 들어가-.- 말로만 듣던 세계 제일의 야경 레이져쇼를 감상 해 주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아주아주 감동적일 만큼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좋긴 좋더라 :)

<중경삼림>에서 임청하가 총쏘며 뛰어다녔던, 바로 그 청킹맨션
숙소로 돌아가는 길, 허유산의 망고쥬스를 하나씩 쥐어들고 말로만 듣던 청킹맨션 앞 인도인들의 호객행위(가짜시계 있어요~ 아가씨 사랑해요~)를 지나 싸고 예쁜 것이 많다던 홍콩의 로컬브랜드 가게들 앞을 지나 홍콩의 대형슈퍼 '웰컴마트'에 들러 칭따오 맥주와 간식거리를 주워담아왔다. 여행지에서 하루일과를 마친 후 샤워 후 침대에 누워 마시는 시원한 현지맥주의 맛이란!

호텔에서 준비해 준 웰컴프룻에 칭따오 한잔! 캬~
맥주를 마시며 도란도란 시작된 이야기는 좀처럼 끊이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대학을 나와 직딩생활 1, 2년차에 접어든 20대 중반 여직딩 둘의 수다 수다 수다. 하지만 '자 이제 우리 그만 자요 굿나잇'을 외치고 불을 끈 순간 거짓말처럼 동시에 기절해 곯아떨어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다음날 아침에 깨닫곤 배를 잡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히히히 :)
아아. 이로서 홍콩마카오 여행기 첫날 끝. 연재가 언제 이어질 진.. 아무도 모르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