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 2009/08/13 02:11
시작부터 말썽이였던 두 달 짜리 프로젝트가 드디어 끝났다. 말이 좋아 두 달이지 준비에 한 달, 마무리에 2주가 더 소요돼 거진 넉 달 가까이 메달렸던 프로젝트였다. 막판에 일정이 너무 심하게 지연돼 고객에게 은근한 압박을 넣어오고 있던 차, 오늘 고객으로부터 마지막 컨펌연락이 왔을 때 혼자 감격해 울컥할 뻔 했다. 별리씨 그 동안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함께 했던 사람들도 모두 수고했다며 토닥여주는데 정말 끝나긴 끝났구나 싶었다. 엉엉. 이제 남은 건 소소하게 체크해야 할 몇 가지 것들을 제외하곤 최종 보고서 하나 뿐. 최종 보고서 작성이야 무어, 마지막 투혼을 발휘해 불살라 줄 수 있어효.
이 프로젝트는 창의력 발휘보다는 사람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에 더 집중해야 하는 성격의 것이였는데, 덕분에 이런저런 사람들과 부대끼며 많이 배웠다. 이를테면 다혈질인 사람이 불타오를 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라든가(정답은 상대가 불타오를수록 차분해진다- 다. 페이스에 말려 나도 동요하게 되면 부채질하는 꼴 밖에 아니되더라. 의외로 덤덤하게 적절히 외면하면서 일 얘기만 하니 알아서 사그라들더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첨에 너무 대하기 어려웠던 사람이 어느 순간 소소한 일상을 나누기 위해 나를 찾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내가 가지고 있던 껍데기가 한 꺼풀 벗겨져 나간 것은 아닐까 싶어 조금 기뻤다.
프로젝트 마무리와 엊그제 전달받아 급하게 작성한 새로운 제안서 한 건 정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어보았다. 어제까지 '빨리 완벽하게 프로젝트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쿵쿵쿵쿵 터질 것 같았던 가슴이 조금 편하게 뛰기 시작했다. 계속 '하아-'하고 숨을 뱉으며 걸으니 같이 걷던 S님이 왜 그러냐며 묻는다. 그냥요, 이제 정말 휴가잖아요.
아. 내일 아침이면 비행 출발 48시간 전이니 온라인 체크인을 할 수 있겠고나. 휴가지로 날 인도해 줄 좋은 자리를 고르며 차 한 잔의 여유정도 부려주어야지. 잘했어요, 별리아가씨. 짝짝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