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선택은 제르미 :: 2009/11/22 23:12

이제 종영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서(사실 날짜로 따지면 일주일도 안 남았군아 T_T)..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가는 그냥 생각들을 다 날릴 것 같아 그냥 되는대로 미남이시네요 이야기 끄적끄적.

여기 나오는 세 남자(태경, 신우, 제르미)는 셋 다 고미남을 좋아하지만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태경은 자신이 고미남에게 빠져들고 있다는 걸 애써 부정하며 가시 돋친 표현들로 포장한 속내를 무심한 듯 시크하게 아닌 척 툭 던진다. 신우는 가장 먼저 빠졌으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듯 없는 듯 곁에서 맴돌며 '흑기사'를 자처하기만 할 뿐 고백 타이밍이 와도 제대로 고백하지 못하다 뒤늦게서야 빙 돌려 말하고 만다. 마지막으로 제르미. 제르미는 '영국 교포'라는 타이틀 아래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끊임없이 고미남에게 감정을 표현한다. 상대가 사랑스러운 행동을 했을 땐 와락 안아주고, 상대가 감기에 걸렸을땐 호들갑스럽게 약도 챙겨주고, 마지막에 비록 태경과 미남이 이어졌단걸 알고나서야 하긴 했지만 셋 중 유일하게 미남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써서 마음을 표현한 사람이기도 하다.

태경과 신우는 혹여 자신이 상처받을까 아예 상대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그 반대로 스스로 희생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 배경엔 물론 과거 버림받은 상처(태경은 부모로부터, 신우는 첫사랑한테 개잡-_-았냐고 해서)가 깔려있지만, 어찌되었건 결국 둘 다 똑같이 이기적인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게다. 고미남이 고미남 그 자체로 행복하기 위해선 재지 않고 꾸밈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제르미같은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좋겠다.... 고 처음부터 생각해왔다. 그런데 고미남은 태경이를 선택한 것이고.. 그래서 우리 제르미는 펑펑 울어야 했던 것이고.. T_T;;

돌이켜보면 내가 본 트랜디드라마 속 남녀 갈등구조 관계는 늘 이런 식이였다. 궁의 신-율-채경이 그랬고, 꽃남의 준표-지후-잔디가 그랬고. 각 드라마 속 두 남자들은 모두 과거 아픈 기억을 안고 있었고(신, 율, 준표, 지후 모두 가족문제)상처받을까 두려워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그런 남자들 사이에서 갈등하다 여주인공은 모두 '좀 더 개선시켜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이는' 쪽을 택한다. 아무래도 억압된 욕망을 거칠게 발산하는 부류보다 차분히 삭히는 쪽이 더 안정되어 보일테니. 하지만 이것이 답일 수 없는 이유는, 일단 신우도 그리 안정적인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남 14회에서 보여진 신우의 모습은 태경이 못잖게 제멋대로였다. 어째서 미남의 감정(태경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려들지 않는게냐고! 그건 '그만큼 희생해줬음에도 받아주지 않으니 이젠 억울해서라도 쟁취하고 말겠다'는 모습 그 이상도 이하로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연애가 '구원의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 배경이 구구절절해도 연애상대는 그 상처까지 모두 받아 안아야 할 의무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니까. 게다가 상처는 오직 과거의 아픈 기억과 오롯이 마주할 때 치유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누군가의 희생과 도움으로가 아닌 결국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문제다.

이렇게 세상,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남자 캐릭터들 사이에서 제르미 같은 남자애의 등장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자신의 감정을 왜곡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표현할 줄 아는 제르미. 제르미가 그런 캐릭터일 수 있는 건 전통적으로 강요받는 남성성으로부터 자유롭기('영국교포'라는 이름하에 면제받았기) 때문일테다. 형님들이 미남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기사도정신을 발휘하거나 과묵하게 모른 척 덮어주기지만 제르미가 미남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미남이 기운빠져 있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마을버스를 태워주거나 함께 아이스크림 먹기, 강아지와 놀기 등이다. 연애를 함에 있어 성역할 놀이(내지는 우위선점놀이?;)로부터 이탈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기에 심지어 미남이 남자인 줄 알았던 때에도 자신이 미남에게 끌리고 있음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 이런 남자애라니.

하지만 이렇게 제르미는 트랜디드라마 속 보기 드문 완소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취급을 받으며 멜로 구도에서 형님들에게 밀려났고, 미남은 소통이 서툰 두 남자 사이에서 진짜 여자친구와 가짜 여자친구 노릇을 하며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아아. 이건 정말이지 고문이 따로없다. 하지만 그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이건 드라마이기 때문일테다. 잘 생긴 상처남이 평범한 여자를 만나 치유돼 '잘생긴데다 마음까지 건강한 남자'로 거듭난다면 그보다 감동적인 일이 없을테니. 휴.

그렇지만 미남아.
부디 현실에서 사랑한다면, 제르미를 선택해다오. 이 언니는 네가 부디 행복하길 빈다. 진정으로 T_T..

요거슨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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