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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건배를 :: 2009/11/29 00:45
오늘은 김장날이였다. 덕분에 아점에도 김치, 저녁에도 김치. 저녁상엔 김치와 더불어 삶은 돼지고기도 올라왔다. 푸지게 먹고 무한도전 보며 배꺼트린뒤 인터넷질을 하다 우연히 예전에 일로 만난 누군가의 블로그에 들어가게 됐다. 하나하나 그의 글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하나. 아, 이이도 평범한 미혼 여자 직딩이로구나. 평일엔 퇴근 후 사람 만나 맛집 다니는 재미로 하루하루 이어가고, 주말엔 밥해먹고 집에서 뒹굴뒹굴. 가끔 울적할 때면 기분전환용으로 개발해 놓은 '나만의 도심 속 산책로'를 정처없이 걷고, 항상 여행을 꿈꾸며,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그리워질 때면 그 때 찍어놓은 사진을 꺼내보거나 이따금 그 나라 식당을 찾는. 제2외국어 마스터와 카메라 업그레이드가 늘 목표인.. RSS를 보니 풋풋한 새내기 무렵 나와 친분을 나누게 된 한 블로거가 '막내 일기'라는 제목의 글을 업데이트했다. 눌러보니 회사 막내이자 새내기 직딩이 되어 이룬 성과와 뿌듯함 등에 대한 감정들을 적어놓았더라. 회사 선배에게 그 감회를 말했더니 선배는 자기만 할 때 그 성과물을 '내 새끼'라 부르며 품에 안고 잤다고 했다나. 아. 오늘도 청춘들은 서로 간격이 다를 뿐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는 시계침을 따라 하루하루 보내고 있고나. 모두의 하루하루에 건배를. 건어물녀 박별리의 일상에도 건배를.
사랑한다면, 선택은 제르미 :: 2009/11/22 23:12
이제 종영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서(사실 날짜로 따지면 일주일도 안 남았군아 T_T)..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가는 그냥 생각들을 다 날릴 것 같아 그냥 되는대로 미남이시네요 이야기 끄적끄적.
여기 나오는 세 남자(태경, 신우, 제르미)는 셋 다 고미남을 좋아하지만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태경은 자신이 고미남에게 빠져들고 있다는 걸 애써 부정하며 가시 돋친 표현들로 포장한 속내를 무심한 듯 시크하게 아닌 척 툭 던진다. 신우는 가장 먼저 빠졌으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듯 없는 듯 곁에서 맴돌며 '흑기사'를 자처하기만 할 뿐 고백 타이밍이 와도 제대로 고백하지 못하다 뒤늦게서야 빙 돌려 말하고 만다. 마지막으로 제르미. 제르미는 '영국 교포'라는 타이틀 아래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끊임없이 고미남에게 감정을 표현한다. 상대가 사랑스러운 행동을 했을 땐 와락 안아주고, 상대가 감기에 걸렸을땐 호들갑스럽게 약도 챙겨주고, 마지막에 비록 태경과 미남이 이어졌단걸 알고나서야 하긴 했지만 셋 중 유일하게 미남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써서 마음을 표현한 사람이기도 하다.
태경과 신우는 혹여 자신이 상처받을까 아예 상대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그 반대로 스스로 희생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 배경엔 물론 과거 버림받은 상처(태경은 부모로부터, 신우는 첫사랑한테 개잡-_-았냐고 해서)가 깔려있지만, 어찌되었건 결국 둘 다 똑같이 이기적인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게다. 고미남이 고미남 그 자체로 행복하기 위해선 재지 않고 꾸밈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제르미같은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좋겠다.... 고 처음부터 생각해왔다. 그런데 고미남은 태경이를 선택한 것이고.. 그래서 우리 제르미는 펑펑 울어야 했던 것이고.. T_T;;
돌이켜보면 내가 본 트랜디드라마 속 남녀 갈등구조 관계는 늘 이런 식이였다. 궁의 신-율-채경이 그랬고, 꽃남의 준표-지후-잔디가 그랬고. 각 드라마 속 두 남자들은 모두 과거 아픈 기억을 안고 있었고(신, 율, 준표, 지후 모두 가족문제)상처받을까 두려워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그런 남자들 사이에서 갈등하다 여주인공은 모두 '좀 더 개선시켜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이는' 쪽을 택한다. 아무래도 억압된 욕망을 거칠게 발산하는 부류보다 차분히 삭히는 쪽이 더 안정되어 보일테니. 하지만 이것이 답일 수 없는 이유는, 일단 신우도 그리 안정적인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남 14회에서 보여진 신우의 모습은 태경이 못잖게 제멋대로였다. 어째서 미남의 감정(태경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려들지 않는게냐고! 그건 '그만큼 희생해줬음에도 받아주지 않으니 이젠 억울해서라도 쟁취하고 말겠다'는 모습 그 이상도 이하로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연애가 '구원의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 배경이 구구절절해도 연애상대는 그 상처까지 모두 받아 안아야 할 의무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니까. 게다가 상처는 오직 과거의 아픈 기억과 오롯이 마주할 때 치유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누군가의 희생과 도움으로가 아닌 결국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문제다.
이렇게 세상,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남자 캐릭터들 사이에서 제르미 같은 남자애의 등장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자신의 감정을 왜곡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표현할 줄 아는 제르미. 제르미가 그런 캐릭터일 수 있는 건 전통적으로 강요받는 남성성으로부터 자유롭기('영국교포'라는 이름하에 면제받았기) 때문일테다. 형님들이 미남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기사도정신을 발휘하거나 과묵하게 모른 척 덮어주기지만 제르미가 미남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미남이 기운빠져 있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마을버스를 태워주거나 함께 아이스크림 먹기, 강아지와 놀기 등이다. 연애를 함에 있어 성역할 놀이(내지는 우위선점놀이?;)로부터 이탈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기에 심지어 미남이 남자인 줄 알았던 때에도 자신이 미남에게 끌리고 있음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 이런 남자애라니.
하지만 이렇게 제르미는 트랜디드라마 속 보기 드문 완소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취급을 받으며 멜로 구도에서 형님들에게 밀려났고, 미남은 소통이 서툰 두 남자 사이에서 진짜 여자친구와 가짜 여자친구 노릇을 하며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아아. 이건 정말이지 고문이 따로없다. 하지만 그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이건 드라마이기 때문일테다. 잘 생긴 상처남이 평범한 여자를 만나 치유돼 '잘생긴데다 마음까지 건강한 남자'로 거듭난다면 그보다 감동적인 일이 없을테니. 휴.
그렇지만 미남아.
부디 현실에서 사랑한다면, 제르미를 선택해다오. 이 언니는 네가 부디 행복하길 빈다. 진정으로 T_T..
요거슨 짤방..
최근의 문화생활 :: 2009/11/18 02:58
하나하나 다 세심하게 기록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지만, 짧게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길게 쓰려고 몇 번이고 벼른 것도 있는데 과연 언제 쓸 수 있을런지. 최근 한달새 본 이런저런 작품들에 대한 기록.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최근 가장 애정하고 있는 대상. 주말에 5,6회 연달아 해주는 재방송을 본 후 띄엄띄엄 본방을 보다 지지난주 부터 닥본사 중이다 T_T. 1회부터 정주행도 완료했고 팬들이 만든 편집본도 다 봤고 매일 밤 자기전 OST도 백번씩 듣고 잔다 T_T. 꽃남과 커프를 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매력이 아주 달달 그 자체. 첨에 꽃남 캐스팅 최종까지 올라갔다 떨어진 장근석이랑 박신혜가 나란히 주연자릴 차지한 걸 보고 설마 했는데 정말 딱 '그런 류'더라. 에이엔젤 셋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제르미. 아아, 사랑한다면, 제르미처럼♡
지붕뚫고 하이킥
거침없이 하이킥을 첨부터 끝까지 다운받아 가면서 다 봤던 전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원작만한 속편이 있을라고'싶어 부러 거리를 두다; 우연히 김병욱 피디 인터뷰를 본 후부터 급 호감을 느껴 열심히 보고 있는 중. 시트콤의 탈을 쓴 풍자극 같은 느낌이 꼭 매일매일 무한도전 '여드름 브레이크'를 보는 기분이다. 오늘은 김병욱 피디가 언급한 '멜로에 생긴 계급갈등'이 나와서 맘이 짠했다. 우엉. 부디 비 해피, 해피.
영화
미래를 걷는 소녀
이 영화, 무려 극장 전세내고 본거다? 아무리 예술영화 극장이라지만 관객이 나 혼자 들 줄이야! 영사실에선 날 못보고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상영시간이 훨씬 지나서까지 잔잔한 클래식만 틀어줬더랬다 -_-; 우여곡절 끝에 본 영화는, 으아아. 뻔한 소재라 덤덤하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혼자 있으니 신나게 펑펑 울 수 있었다능;;
호우시절
한동안 어지러울만큼 온 몸과 맘을 살랑살랑 간지럽힌 영화. 사랑이 막 싹트는 시점의 그 애틋하고 살랑거리는 맘이 스크린 가득 그림같이 수놓아져있어 보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크흑. 다 됐고, 1. 정우성은 좀 많이 짱인듯 2. 연애란 좋은 것이여 3. 중국에도 저렇게 예쁜 곳이! <-
2012
어쩌다가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게 됐는데, 정말 상영시간이 길어 아주 장시간 잘 때울수-_- 있게 도와준 영화. 하지만 재난영화는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장르일 뿐이고.. 그렇게 평범한 세계인들이 한순간 몰수당하고 '주요국가' 달랑 몇 국의 갑부들 몇 명만이 살아남았음에도 거기서 고작 몇 명 더 살리는 것에 '숭고한 인류애'운운 하는 게 거슬려 토할 것 같았을 뿐이고..
파주
개봉 전부터 기다렸다가 어느새 극장에서 내린 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서울시내 딱 세곳에서 아직 하고 있길래 냉큼 달려가 보고왔다. 예고도 없이 벼락처럼 번쩍하고 찾아온 생에 중요한 순간들과 똑바로 마주하지 못해 끝내 가슴속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새기게 된 이들의 엇갈리고 엇갈리는 모습에 대한 기록지였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돈의 연속인 작품인지라 대체 감독이 말하려는 바가 뭘까 고민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좋은 이별>을 읽다보니 이들의 혼란스러움이 조금씩 이해가 되는 듯도 싶더라. 휴. 암만 그래도 보고 나면 힘들어지는 영화를 마주하는 일은 정말 버겁고나.
책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이여영 기자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과 믿음으로 덥석 집어온 책인데 기대 이상의 절절한 조언과 격려에 힘을 얻었다. 20대 직딩 모두 화이팅 ^_T
좋은이별
김형경 씨의 세번째 심리 에세이이자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절실히 필요했던, 바로 그 책. 지난주 15일에 출간됐으니 시기마저 이리 적절할데가. 애착 대상과 이별할 때 겪게 되는 심리적 상황들을 상처가 남지 않게 아물 수 있도록 바르게 애도하는 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인데 벌써부터 가슴이 쿡쿡 아려서 어떻게 다 읽나 싶다.
'관리'의 차원 :: 2009/11/14 02:37
요즘 피부과에 다니고 있다. 얼굴에 하나 둘 뾰루지가 돋아나기 시작한 건 지난 봄 부터였는데, 크게 대수로이 여길만한 건 아니였다. 그냥 예전에도 그랬던 것 처럼 대충 뾰루지에 좋다는 스팟제품이나 나서 바르면 되겠거니 했거늘.. 평소와는 달리 은근 몇 달을 가는거다.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한 나머지 여드름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을 큰 맘 먹고 종류별로 서너가질 샀다. 뭐가 더 좋을 지 몰라 이삼일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써보던 중, 하나가 문제를 일으켰다. 자기전 얼굴에 기도하는 심정으로-_- 쳐발쳐발 자고 일어나니 양 볼이 마치 불붙은 것 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열이 펄펄 나기 시작한거다.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 정보를 얻기 위해 유명한 화장품 카페를 며칠동안 서치하며 얻은 얕은 지식에 따르면 천연성분 화장품이 첨에 얼굴에 닿으면 명현현상이라는 적응시간(=트러블 생기는 시간)이 걸리기도 한대서, 첨엔 그런갑다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적응은 커녕 마치 벌에 쏘인 것 처럼 퉁퉁 붓고 피부표면이 두꺼워지면서 급기야 진물까지 나는거다..! 하루는 자다가 너무 가렵고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미친듯 인터넷을 뒤져보니 '접촉성 피부염'이라는 병명이 들어왔다. 주로 맞지 않는 화장품을 썼을때 일어나는 증상이며 악화되면 회복에 몇 백만원 가량의 돈을 쏟아붓게 되는 수도 있으니 한시바삐 병원으로 달려가야 빨리 나을 수 있다나. 그래서, 이렇게 돌고돌아, 결국엔, 피부과 문을 두드리게 된게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피부과란 곳을 생전 처음 가 본 나는, 여기도 치과같은 치료단계(?)를 밟아나가는 곳일 거라곤 미처 생각치 못했더랬다. 그러니까, 예컨대 첨에 잇몸 어느 한 부위가 아파서 치과에 가게 될 경우 그 부위 진료만 끝나면 진료가 끝나는 것일거라 생각하지만 의사님하는 자연스럽게 이전에 때운 부분들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다음엔 요기 진료해야 하니까 나오세요'하는 식으로 치아와 잇몸 전반에 걸쳐있는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고쳐나가지 않나. (그러다보면 첨엔 몇천원일거라 생각했던 치료비가 순식간에 몇백만원으로 불어있고.. T_T) 퉁퉁부은 내 얼굴을 본 의사선생님은 확대사진을 철컥철컥 몇 장인가 찍으시더니 일단 부기를 빼기 위한 약들을 처방해주셨다. 성실하게 먹고 바르니 그렇게 날 괴롭히던 악성염증이 불과 이틀여 만에 가라앉더라. 그런데 그 다음에 병원을 찾으니 선생님은 본격적으로 내 얼굴 전반에 걸쳐있는 트러블 처치 프로젝트-_-에 돌입하시는게 아닌가. 이마에 좁쌀같이 난 뾰루지들을 가라앉히기 위해 보험이 되지 않은 약품이 투입되고, 벌어진 모공을 조이기 위해 특수 연고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버버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은 선생님의 지휘하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늘은 뺨에서 여물고-_- 있던 뾰루지 축출시술-_-이 있었다. 첨으로 피부과 수술대;에 누워봤다. 눈을 꾹 감고 침을 한 번 꼴깍 삼키니 얼굴 위로 축출기로 추정되는 무언가의 놀림이 부산히 일어났다. 쿡쿡쿡쿡. 뭔가 파내는 것 같은 느낌에 따끔거려 눈물을 찔끔 머금으니 시술;은 완료됐다. "왼쪽 뺨에 있던 큰거 있죠? 그거랑, 그 밑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건드리니 피부 깊숙한 곳까지 고름이 차 있는게 있었어요. 그거 두개 짜냈어요. 약 바르고 밴드 붙일테니까 절대 환부에 물 가까이 하지 말고 내일 다시 오세요". 아아아. 별 것 아닌 프로젝트;에 며칠새 몇 만원이 쌩 하고 날아갔다.
'환부'에 손톱만한 미색의 밴드를 덧붙인 채 거울을 보니 제법 피부과에서 관리받고 있는 사람 티가 난다. 얼굴피부 전반이 학생때 못잖게 뽀얗다. 이거 화장품 몇달 바르는 거 보다 피부과 며칠 다니는게 훨씬 좋구나. 참으로 별천지로세.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관리'라는 것의 차원은 이렇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 이상까지 존재하는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내가 정상 혹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상태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관리'를 받아 '업그레이드' 하고 있겠구나. 민감함과 무던함 사이를 가르는 기준은 개인의 '민감도'일 수도 있겠지만, 짐작컨대, 아마도 물질적 풍요 수준이겠구나.. 순간 며칠 전 본 다큐 속 노점 아줌마가 아들딸이 용돈모아 사준 핸드크림을 부여잡고 '나는 돈이 없어 이런 걸 생전 발라 본 적이 없는데.. 우리 착한 애기들 덕에 호강하는구나..'라며 꺼이꺼이 울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년은 금방가겠지 :: 2009/11/05 20:35
언니가 유학을 떠났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유학이고, 그냥 '모양새대로' 말하자면 어학연수. 적성에 안 맞는 일을 하다 결국 그만두고 방황하던 언니가 찾은 답은 결국 호주행이였다. 답..이라기 보다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까울테지만 어쨌든 언니에겐 휴식이 필요했고, 우리나라에서 '업그레이드 된 삶'을 찾아 가기 위한 모범답안은 영어실력보강이니까, 이래저래 적절한 선택이였으려니. 그간 부산하게 짐싼다고 야단이더니 오늘 기어이 출국일을 맞아 오들오들 떨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 잘 적응할 수 있겠지. 아이고 거기도 사람 사는 덴데 어련하려고. 배웅하고 오니 꼬박 하루가 다 갔다. 언니가 사라진 집에 우두커니 앉아 언니가 놓고 간 화장품이며 렌즈세척액 따위를 만지작거렸다. 아마도 일년은 금방가겠지. 그리고 그 사이 우리 마음의 키는 또 몇 센티쯤 자라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