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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공감 :: 2007/09/05 05:12

본래 시간표는 수업과 수업 사이 공강시간이 점심시간 한시간 밖에 없도록 구성해 놓았다만 아직 개강 첫주라 두시간 세시간짜리 수업도 짧으면 15분에서 길면 한시간 만에 끝나고마니 졸지에 이 남는 시간을 어디서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뭐 그래봤자 내일까지만의 처지지만; 그래서 오늘은 간만에 도서관으로. 예전에 국문과 전공 수업 기말논문 쓰느라 갔었던 이후 실로 백만년만의 방문이었다. -_-.. 검색대 앞에 서서 읽고 싶은 책 제목을 생각나는대로 쳐넣고 그 중 몇 개를 골라 대출했다.

김형경씨의 <천개의 공감>은 첨 나왔을 때 부터 읽어야겠다고 노래노래하던건데 인제사 보게됐다. 두시간 동안 한자리에 앉아서 읽고 나중에 집에 오는 길 지하철 안에서도 꼬박 읽었는데도 아직 3분의 2정도밖에 읽지 못했다. 이 '에세이의 탈을 쓴 심리학서'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 처럼 이 책을 읽으며 요동치고 있는 내 심리 하나하나를 낱낱이 까발려줬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너를 다 알고 있다는 마냥 전문심리학 용어들을 줄줄 외는게 아니라 기본 질문자의 맘을 공감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해(이 책은 한겨레 상담코너 '형경과 미라에게'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과 거기에 김형경씨가 올린 답변을 에세이 형태로 정리해 출간한 것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게 만들도록, 스스로 나서서 맞서야 할 부분들을 조목조목 조언해주어 더 맘을 아프게 울리더라. 표현이라도 재수없으면, 공감은 개뿔 일장연설이나 늘어놓으려는 것 처럼 보이면 흥 이 사람 재수없네 지가 뭔데 날 이렇게 들여다 봐? 하며 달아날텐데 그런 달아날 여지 자체를 만들어 놓지 않으니. 그래서 <천개의 공감>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책장을 넘길수록 가슴뻐근하게 와 닿는다. 반납하기 전 까지 이 책에 대한 포스팅을 몇개 더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는 영역의 일이라 믿으며, 이십대 중반부터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어왔다>는 이 작가의 소설들에도 호기심이 간다.

...지금까지 읽으셨다면 마음을 치료한다는 것, 삶을 개선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짐작하셨을 겁니다. 심리 치료의 핵심은 유년기를 수선하는 일입니다. 유년기에 만들어진 왜곡된 자기 이미지, 미숙한 생존법, 잘못된 현실 인식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과거와 현재, 실제와 환상, 자기와 타인, 내면세계와 외부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모든 영역을 총체적으로 점검하여 자기 자신과 생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런 다음 타인의 욕망이 아닌 자신의 욕망, 유년기의 생존법이 아닌 성인의 생존법, 이번 생에서 지향하고 성취할 소명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물병자리님,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많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다면 종이를 펴놓고 '이대로 산다면 죽을 때 후회하게 될 백 가지 일'을 적어보세요. 좀 더 즐겁게 살 걸, 그때라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올 걸, 정신의 밑바닥까지 닿는 사랑을 한 번만 더 해볼 걸, 다섯 가지 수영법을 마스터할 걸.. 떠오르는 대로 모두 적은 다음 죽을 때까지 하나씩 실천하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삶입니다.

김형경, 천개의 공감, 한겨레출판
p 84 본문 中


덧붙여,
<천개의 공감>과 함께 빌린 책은 나르샤가 적극 추천한 도종환의 <부드러운 직선>. 절판되었다길래 구하면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지나가는 길에 헌책방에 들러 시집코너를 뒤적이다 <부드러운 직선>대신 얼결에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을 집어들고 나왔다? 찾는 이가 많은지 세 권이나 가져다 놓으셨길래..; 그 중 인쇄상태며 표지빛바램상태가 가장 양호한 녀석이 내차지가 됐다. 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