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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노무현 :: 2009/05/23 15:36

토요일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의 정적을 깨기 위해 리모콘을 들어 on을 누르고 나서, 화면위로 흐르는 충격적인 소식에 그만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떨리는 손으로 다른 채널로 또 다른 채널로 연거푸 채널을 돌려봐도 모두 같은 소식만을 전하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가 있었던 해 당시 나는 미성년자라 투표권이 없었다. 후에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그의 당선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알게 됐고 비록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은 아니였지만 마음 속으로나마 잔잔한 응원을 보내게 됐다. 물론 당선 후 그의 행보는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저들이 아닌' 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였기에 나는 그 상징성만으로도 그를 비판적 지지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여겼다.

몇달 전 '박연차 게이트'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서, 끝끝내 한겨레21이 표제를 '굿바이 노무현'으로 뽑아든 걸 보고 나서, 한때 많은 이들의 영웅이자 작은 희망의 불씨와도 같았던 그가 결국 비리 사건에 연루돼 타들어가게 된 이 현실이 답답해 가슴을 쳤다. 바보, 멍청이, 나쁜놈. 저들의 잘못은 티끌이지만 당신의 잘못은 들보가 될 수 있다는 걸, 당신은 정녕 몰랐단 말이냐. 바보, 바보, 바보..

그 바보 멍청이 나쁜놈이 택할 마지막이, 자살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 보다 조금 더, 아니 매우매우 나쁜 짓을 저지른 이들이 세상 부끄러운 줄 모르고 버젓이 배두드리며 살고 있는데. 가책을 느껴도 그보다 조금 더, 아니 훨씬훨씬 많이 느껴야 할 독재자며 학살자며 고문관이며 사기꾼이며 성범죄자도 얼굴 색 하나 흐트러짐 없이 얼굴 내놓고 살고 있는데....

뉴스를 보며 울어본 게 얼마만인가.

미련과 분노와 애증때문에 당신을 보내는 맘이 편치않지만, 당신은 시대가 당신의 어깨에 쌓아올린 그 많은 무게들을 모두 내려놓고 그 곳에서 편하게 잠들었으면 좋겠다. 굿바이 노무현. 이제 정말, 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