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에 해당되는 글 1건
성적이 나왔다 :: 2007/12/29 18:33
오늘 아침 9시부터 성적확인 가능하다고 해서 나름 일찍부터 일어나(주말 아침 9시 기상이면 매우매우 일찍 일어난거다;;) 대학교 4년 마지막 학기 성적님 맞을 준비(굽실굽실)를 하고 있었는데, 원래 귀한 분일수록 천천히 오시는거랬다? 9시가 돼도 10시가 돼도 성적님은 뜨지 않으시는게 아닌가. 쳇. 기다리기 지루해져 굴러다니는 옷 대충 껴입고 큰길가에 있는 서점으로 잡지나 사러 갔다. 한겨레21있어요? 하니 이번주껀 없고 지난주꺼만 있는데, 라는 답이 돌아온다. 쳇 오늘따라 왜 이리 일진이 안 좋담. 대충 보니 대선 후에 나온거 같다. 예 그럼 그냥 이거 주세요, 하고 조금 쭈뼛거리다 다시 말을 꺼냈다. 저기, 매거진별이라는 것도 있죠? 하하하 -_- 어제부터 오프라인에 풀렸던거 같아서 물었더니 어우, 그럼 있고말고, 라는 답과 함께 부시럭부시럭 책장을 뒤지시던 서점 아줌마 손에 지난달에 나온 창간호가 들려나온다. 어어어, 이거는 지난달꺼잖아요 이번달꺼 아마 나왔을텐데? 악. 말하면서 솔직히 매우 부끄러웠다. 나 지난달부터 이 따블에스 오공일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잡지를 사모은 20대 초중반의 여자애란걸 밝혀버린거잖아 =_=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무심한 듯 시크한 표정을 지어보여야 하는거다. 태연한 척 괜히 쌓여있는 씨네21을 만지작거리다 이것도 주세요,라고 해버리고 말았다. 아 놔. 그래서 졸지에 철지난; 한겨레21과 예정에도 없었던(그래도 한겨레21은 원래 사려고 했었다!) 씨네21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얘기. ...음 그나저나 정신을 차리고 이 글 제목을 올려다보니 '성적이 나왔다'라고 되어있구나. 해서 다시 성적얘기로 돌아가자면.
내겐 나름 정확히 들어맞는; 법칙이 있는데, 바로바로 '타과전공수업을 들으면 성적이 잘 나온다'되겠다. 으하하. 우리학부는 인원수가 어마하다보니(이 죽일놈의 학부제) 어떤 전공수업엘 들어가도 기본 60명 이상의 학우들과 함께 수업을 듣도록 되어있다. 1학년 전공필수 수업의 경우엔 더 심해서, 200명 넘게 들어가는 계단형 강의실이 꽉 찰 정도이기도. 그런 과에서 대충 학우들 무리에 껴 잠이나-_- 자던 애가 한 수업 당 20명이 채 안넘는 문과대나 사범대 수업엘 들어가니, 정신 바짝 차리지 않고 배기겠어. 게다가 매번 선생님들마다 첫 수업날 출석부를 보며 '어 경영대 학생이 있네? 우리 수업에 경영대 학생이 들어온 건 또 첨이구만. 자네는 왜 이 수업을 들으려고 하나?'란 말씀을 꼭 빼놓지 않고 하시기 때문에..;; (국문과 3학년 전공이였던 '고대시가론'수업의 경우 선생님이 장담을 하셨다. '아마 네가 우리 수업에 경영대생이 들어온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구나'라고;;) 첫날부터 학우들 사이에서 뿐 아니라 선생님께도 얼굴도장 제대로 찍히는 거다.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걸 떠나서, 이번학기에 들은 국문과 4학년 전공과목인 '현대사회와 한국어'수업은 정말정말 재밌었다. 선생님도 서태지세대;일만큼 젊으셨고 무엇보다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학문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상당한 분이셔서 강의 뿐 아니라 쉬는시간에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에도 어떻게든 자신이 알고 있고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하신다는게 막 눈에 보일 지경이었으니까. 이런 분께 사회언어학이라는 흥미로운 학문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정말 한학기 내내 행복했다. 그리고 그 행복했던 기억들은 고스란히 나의 시험지와 레포트 위로 옮겨졌고, 그것은 다시 학점으로 이어졌다는. 소 뒷걸음질 치다 횡재한 식으로 받은 학점보다는 이렇게 해서 얻게 된 학점 하나가 더 값지고 소중하다. 으하하.
그나저나. 잠깐 일 다니느라 정신 없어서 기말레포트도 못냈는데 B+을 하사해주신 방송작가실습 정선생님, 감사합니다 T_T. 진짜 발로 써낸 레포트며 시험지를 보고 한숨은 커녕 졸업이나 하라는 의미에서 B+주신 금융기관감독론 정선생님, 존경합니다 T_T. (선생님, 저는 단지 시간표때문에 억지로; 듣게 된 수업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금융시장에 관심이 1g도 안 가는데 어쩌나요... T_T) 선생님들 덕분에 저 어깨펴고 졸업합니다. 흑흑.
이렇게 해서 곡절 많았던 나의 4학년 2학기도 완벽하게 끝이 나버렸다. 찬란했던 나의 대학시절이여, 굿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