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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마왕 :: 2008/12/14 04:11
주지훈의 작품 고르는 안목을 믿고 마왕을 선택,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말까지해서 드뎌 다 봤다. 지난 주에 15화까지 봤을 땐 한 회 한 회 넘어갈 때 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나서 죽을 것 같았는데 일주일 쉬었다 보니까 좀 볼 만 해 지더라. 숨 고르면서 자알 봤다.
추리극 같으면서도 결국은 심리극인게 좋았다. 앤티크랑 비슷한 점이기도 한 것이. 초반에서부터 이미 범인은 짐작이 가고 결론도 알 만 한데 그냥 주인공이 갈등하면서 심적변화를 겪는 과정 하나하나가 절절하게 와 닿아서 끝까지 몰입하게 되더라. 예전에 한 선배가 쓴 감상 뒤적여보니까 오수가 죄를 지어놓고도 '왜 난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거야'모드인 걸 보고 이해가 안 간다느니 남 탓만 하는 찌질이라느니 하는 타 시청자; 감상도 많았다던데. 나 역시 선배처럼 처음부터 오수 입장으로 보기 시작한터라 오수 탓은 못 하고 있었다. 내가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나쁜 놈은 맞아도 싸'식 논리인데, 그게 딱 그런거잖아. 물론 죄값은 치러야겠지만, 죄값 이상(을 측정할 기준을 잘 모르겠지만..)의 대가를 요구하는 건 잔인하다. 그에겐 처벌 못잖게 치유가 절실할테니..
작가가 주려는 메세지는 두 가지가 아니였을까. 하나는 어린시절에 받은 상처는 평생 가므로 조기치유 내지는 평생치유 되어야 한다-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가여운 사람들이며 둘 다 특별하지 않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거. 둘 다 아프게 와 닿았는데, 정말 이 얘기들을 하고 싶었던 거라면 조금 달랐으면 싶은 설정이 있다. 극 중 해인은 관찰자이자 조력자, 그리고 나아가 치료자 역할까지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연애감정을 주고받는 상대가 되는 게 좀 불편하더라. 연애는 물론 이따금(아니 어쩌면 필연적으로) 상대의 상처를 보둠고 치료하는 과정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연애=구원'이 당연해질 순 없는 건데. 해인이 스스로도 '어둠의 터널을 헤쳐가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는 바로 자기 자신 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답을 찾아가야 하는 이도, 답을 가진 이도, 결국은 자기 자신이어야 하는 것이거늘. 그런 연애는 자칫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있게 되기에 무섭다. 세상엔 해인과 해인의 어머니같은 '구원자적 존재'만 있는게 아니다. 우린 모두 약하고 여린 보통 사람들일뿐. 서로 의지하는 만큼 서로를 보둠을 수 있어야 할테다.
자신의 상처를 방패삼아 저지른 과오와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 할 수록 상처는 깊어 질 뿐이다. 끝내 막다른 곳에서 비극을 맞이한 수하와 오수때문에 가슴이 먹먹하다. 나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일까. 오수의 부탁처럼, 열심히, 있는 힘껏 살다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