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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잡담 :: 2007/09/08 15:41

1. YES24에서 동화책을 고르고 있는 엄마 옆에 가만히 앉아있다 엄마 나도 책, 하며 메달렸더니 알았다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냉큼 검색창에 '김형경'을 쳐 넣고 좌르륵 쏟아져 나오는 결과들에 놀라며 (뭐야 영화 <외출>의 원작소설이 김형경씨 꺼였어?; 류의) 이것저것 카트에 담고 있으려니 엄마가 슬쩍보고 한 마디 한다.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는 우리집에 있어. 에, 엄마 김형경씨 알아? 그 사람 국민일보 1억원 현상공모 당선됐던 사람이잖아 1993년도에였나? 헉 뭐야 엄마 그럼 그 작품은 언제 읽은거야? 왜 예전에 정채봉 선생님이랑 같이 공부할 때. 독후감 과제 있었거든. 엄마는 쭉 나를 지켜보았고 에리히 프롬이 나오자 바로 책 두 권을 꺼내다 주었다.

2. 지하철에서 <부드러운 직선>을 읽으며 집으로 가고 있는데.. '개울'이라는 시 마지막 부분에서 시선이 딱 멈췄다. '언젠가 개울은 알게 될 것이다/제가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었음을'. 어, 이거..? 좀 더 읽고나서야 확신이 들었다.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그토록 꿈꾸던 바다에 이미 닿아 있다는 걸'. 박성환 밴드 노래 가사였다. 깜짝 놀라 박성환씨 애인 J선배에게 전활걸었더니 선배는 막 웃는다. 그거 말고도 한 두곡이 아니란다. 검색해보니 노래 가사가 시 본문의 요약본이다. 노래 제목이 개울이라는 사실도 인제사 알았다.


 박성환 밴드 - 개울

3.
희망 - 도종환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별이 별에게 속삭이는 소리로
내게 오는 그대를
꽃이 꽃에 닿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대를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섰듯이
알맞은 시기에 그대를 떠나라 한다

그대가 있어서
소리없는 기쁨이 어둠속 촛불처럼
수십개의 눈을 뜨고 손 흔드는데

차디찬 겨울 감옥 마룻장 같은 세상에
오랫동안 그곳을 지켜온
한장의 얇은 모포 같은 그대가 있어서
아직도 그대에게 쓰는 편지 멈추지 않는데

아직도 내가 그대 곁을 맴도는 것은
세상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 한다
사람 사는 동네와 그 두터운 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모든 아궁이가 스스로 불씨를 꺼버린 방에 앉아
재마저 식은 질화로를 끌어안고
따뜻한 온돌을 추억하는 일이라 한다

매일 만난다 해도 다 못 만나는 그대를
생애 오직 한번만 만나도 만나는 그대를


...(전략) 아무리 변명을 하려고 해도 이 정도면 나도 이제 길을 떠나려는 모양이다. 많은 이들이 벌써 떠났고, 남아 있던 이들도 이제 더는 견디지 못하고 부산히 짐을 꾸리고 있는 길. 그 길에 그가 서 있다. 저기 저렇게.. 어쩐지 불안하여, 내가 불안하고 그가 불안하여, 아무렇게나 시집을 편다.

             매일 만난다 해도 다 못 만나는 그대를
             생에 오직 한번만 만나도 다 만나는 그대를

             -「희망」부분

아뿔싸. 눈물이 나려고 한다. 시집을 덮어야겠다.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 창작과비평사
p 111 발문 김남일, <모두가 부산히 떠나는 길에서 그를 본다> 中

4. 시화전이 열리고 있단다. '하늘 아래 허물없는 하루'. 오는 22일까지 서울 경운동 부남미술관(02-7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