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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다르게, :: 2008/04/17 13:32

한겨레 사설들 죽 보던 중 눈에 띄는 대목들이 있길래 끄적끄적.

육아휴직 중 해고에 대한 벌칙 완화, 직장 보육시설 설치 의무 완화, 장애인 채용 의무 완화 요구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인권, 모성 보호를 외면한 처사다. 육아휴직과 보육시설은 저출산 고령화라는 심각한 사회적 부담을 기업이 일정 부분 분담한다는 의미도 있다.

성희롱 처벌을 완화해 달라는 경제5단체 본문 中

더 중요한 건 비례대표 제도에 대한 정당의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이다.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지역구 제도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직능·계층 대표성을 국회에 반영함으로써 입법과정에 소외되는 계층이나 부문이 없도록 하자는 데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정당은 비례대표직을 ‘당 지지율에 따라 우리가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의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비례대표 제도 새롭게 바꾸는 계기 삼아야 본문 中

첫번째는 성희롱 처벌 및 육아휴직 중 해고에 대한 벌칙 완화를 요구에 나선 경제단체들의 태도를 지적한 사설 내용 중 일부다. 사실 이에 대한 비판에 등장할 수 있는 논리는 어찌보면 뻔하다. 너무 뻔하고 당연하고 상식적인 내용이라 이런 몰상식적인 발언을 용감하게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니까. 그 '뻔한'논리가 앞서 얘기되었다면 뒤에선 '사회적 부담의 분담'이라는, 기업의 폐부를 예리하게 찌를 수 있는 논리가 얘기되었다. 이걸 보고 조금 흠칫했다. 그렇지.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사회공헌'이라는, 점잖고 상식적으로 보이는 활동들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리며 '사회는 나몰라라 하고 자기 부 쌓기에 급급하다'는 이미지와 편견을 덜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잖은가. 체면을 지키고픈 기업들의 심리를 묘하게 압박하며 자기 논리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이 대목이, 참 짧고 간결함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가왔다.

두번째는 친박연대와 창조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문제를 두고 쓰여진 사설이다. 그저 공천과정 중에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런저런 문제들만을 가지고 얘기를 풀어나갈 수도 있을 법 한데, 정당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깜빡'하고 있을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언급함으로써 정당성을 강화한다. 그렇지. 비례대표제란게 그런 취지에서 마련된거지. 일반적으로 비례대표 앞자리에 장애를 가진 이들을 배치하는 것도 다 그런 취지에서 비롯된거지. 곰곰 생각해보니 이번 사건은 단순히 '문제있는 사람들을 비례대표로 앉힌 문제'를 떠나 '비례대표제 마련 취지 자체를 부정한 문제'다. 저 짦은 한 문장이,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놓치고 갈 수도 있을 이 커다란 문제를 새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구나.

남들이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정형화 된 논리로 누군가를 설득시킨다는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남들이 놓치고 갈 수 있는 작은 논리(혹은 사실 등등)를 보태면, 그 논리의 정당성은 훨씬 커진다. 내가 참 좋아하는 한 선배는 이걸 정말 잘 한다. 인생고민이든 글쓰기의 어려움이든을 토로하면 선배는 내가 이미 고민해놓은 영역의 범위를 확인하고 항상 내가 미치지 못한 영역의(하지만 곱씹어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얘기를 보태어 주었고, 그게 더해짐으로써 고민이 화악 풀리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을 수 있었다. 참 간단하지만 어려운 이 일은, 결국 남들보다 더 많이, 다각도로, 깊게 고민 한 사람만이 할 수 있을 테다.

아아, 열공만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