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해당되는 글 1건

One spring day :: 2009/04/13 02:4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봄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온 몸을 찌를 듯 파고들던 회색빛 추위가 거짓말처럼 걷히고, 이렇게, 살랑살랑 마음을 간지럽히는 꽃분홍 봄이 왔다. 봄은 사람을 그립게 한다. 어제는 아가씨들과 풀밭에 앉아 소꿉놀이 하듯 샌드위치와 쿠키를 나눠먹으며 꽃놀이를 즐겼더랬다. 춘사월의 토요일 여의도는 친구 혹은 가족, 연인으로 보이는 무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내 곁의 이들을 가만히 보다가, 그 동안 서로가 살아온 공간과 만나온 사람과 겪어온 모든 것들이 다르지만 꽃같은 20대의 어느 한 점에서 이렇게 만나 함께 봄을 나며 꽃구경을 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는게 신기하고 또 고마워서 빙긋 웃었다. 오늘은 오후 느즈막히 집을 나와 굵게 웨이브 진 머리 위에 한층 밝은 톤의 컬러를 입히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봄바람에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금빛으로 나풀거리며 얼굴을 간지럽히는 느낌이 좋아서 자꾸자꾸 걷다보니 어느새 벚꽃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개천 옆 산책로에 닿았다. 이제 거의 끝물에 접어든 벚꽃은 떠나는 마지막을 화려하게 수놓으려는 듯 바람을 타고 눈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엄마아빠 손을 잡고 산책 나온 아이들은 두 손 가득 꽃잎을 받으며 까르르 웃어댔고,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음직한 청춘들은 자전거에 올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꽃길을 달렸다. 나는 반대편에서 마주오는 누군가를 붙잡고 '같이 걸을래요?'하고 말을 걸고픈 충동에 사로잡혔다. 한바퀴 비잉 돌고 집 앞에 거의 닿았을 무렵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기에 자세히 보니 엄마였다. 하마터면 와락 안고 뽀뽀를 할 뻔 했다. 아아, 봄이다. 이 꽃분홍 세상이 주는 포근함을 나누고픈 마음에, 봄은 사람을, 그리고 사랑을 그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