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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들은 뻔뻔하게도 다 알고 있다 :: 2008/03/14 19:23

...(전략) 여자들에게 해를 입히는 나쁜 남자들의 공통점은 여자들이 어떤 모습에 약한지,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녀들이 타격을 받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르고 그랬다고 말하지만, 나는 실은 누구보다 그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섹스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남자들은 조르고 달래고 구걸하고 불쌍한 척도 곧잘 한다. 어떤 남자들은 말 그대로 관계에 기생하며 여자들의 감정을 착취한다. 정말 많이 봤다. 더 이상 지칠 수도 없을 만큼 마음을 소비한 여자들이 '그는 나 없이는 못 살 것'이라고 착각하며 인생을 낭비하는 모습들을.

여자들이 더 이상 자신을 갉아먹지 않기 위해 관계를 끝내려고 할 때, 그들은 공유했던 비밀이나 사생활을 빌미로 물고 늘어지거나 불쌍한 척 가장해서 협박하기도 한다. 세상에 좋은 남자들도 많다지만, 아직까지는 나쁜 남자들이 훨씬 많다.

'나쁜 남자'들이 뻔뻔하게도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무리 여자들과 폭력적인 관계를 맺었다 할지라도 사회적으로 '좋은 남자'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여자들에게는 쓰레기일지라도 여전히 사회는 그에게 너그럽다. 여전히 사회는 그가 가치 있는 인간임을 알아주고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남자들은 우정과 의리로 나쁜 남자들을 절대 내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무책임하게 행동한 이유를 나쁜 여자를 만났던 과거에서 찾기도 한다.

하지만 나쁜남자들, 너희가 뻔뻔하게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의외로 많은 여자들이 알고 있다. 다만 여전히 남자들과의 관계에 믿음을 가지는 이유는, 인간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너희들이 정말로 알아야 할 것은, 보잘것 없는 너희들이 누군가에게 가하는 아픔이나 부노가 생각보다 크고 깊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가하기 전에 이미 그것들은 상대방에게 다 간파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너희가 이것을 알고,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길 바란다. 스스로의 인간성에 대해 말이다.


언니네 사람들(니나), 언니네 방, 갤리온
p. 94~95 본문 中

얼마 전에 산 <언니네 방>. 원랜 어제 오가는 버스 안에서 읽을 요량으로 챙겨간 건데 정작 그 땐 자고;; 88체육관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읽게 됐더랬다. 비가 오면서 날씨도 쌀쌀해지고 뭣보다 다리랑 허리가 너무 아파서 괴로웠는데 <언니네 방>을 읽고 있으려니 이거야말로 너무 아프고 괴로운 얘기들(물론 신나고 통쾌한 내용도 있었지만)이라 육체적 고통이 잊혀지더란.

언젠가 만났던 그 사람도 지금, 하려던 공부 맘껏 하며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고 있다. 정작 움츠려든건 나였지 그가 아니였다. 그 후 단 한 번도 모임에 나간 적이 없으면서 휴대폰 속 모임 사람들 번호를 어지껏 지우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것마저 지우면 정말로 내가 진 것 같은 기분이 들까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