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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프, 이게 왜 흔한 드라마니. :: 2007/08/26 04:47

대중들이 하는 선택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물론, 자본의 힘 때문일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뭐 기타 등등 많은 이유가 있고 그 모든 선택들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일 리는 없지만. 어찌되었건 좋건 나쁘건 이유란 존재하는 것이고, 커프의 인기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을것이다. 아니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래서 많은 평론가들이며 블로거들이 커프를 분석하고 또 관련글을 쓰고 하는 것이겠지.

처음 커프에 대해 소문만 듣고 그 실체(?)를 직접 보지 못했을 때엔 나는 단순히 소위 말하는 야오이 코드땜에 인기를 끄는거려나 했다. 근데 실제로 한 잔 두 잔 보다보니, 내 눈엔 야오이 코드가 잘 안보이는 거다 -_-;;; 원래 그런거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런가? 아니면, 얼마전 비키화보에서 초절정 미모를 뽐냈던 우리 완소으네는 절대 남자일 리가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봐서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그런 것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아무리 봐도 내 눈엔 이 드라마가 (와플선기와 김창완아저씨;; 말 마따나)사람과 사람간의 만남을 얘기하고 있는 걸로 보이기 때문 아닌가 싶네에. 그것도 아주 잘, 예쁘게.

연애관계에선 크고 작은 권력관계가 형성되기 쉽다. 사소하게는 누가 먼저 좋아하기 시작했나에서부터 출발해 누가 더 경제력이 있나, 누가 더 학벌이 좋나 등등으로 인해. 슬프게도 고전 연애의 정석에선 이 권력이 남성에게 더 많이 부여되는 것을 일반적인 것이라 가르치고 있다. 은찬과 한결의 관계에서도, 사실 은찬이 먼저 한결을 좋아하기 시작했으며(심지어 고백도 먼저했다) 은찬은 소년가장인데 비해 한결은 대기업가의 아들이고, 은찬은 대학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으나 한결은 (뭐 비록 놀았다고는 하지만)유학파다. 이 정도까지 되면 사실 착하고 밝은 은찬이라는 신데렐라가 모나고 싸가지없는 한결이라는 왕자님과 얽히고 섥히게 되면서 첨엔 상처도 받고 힘들다가 나중엔 어느새 이끌려 한결을 개과천선 시켜주는 구원의 존재가 된다든지 아님 처음으로 뭐든 받기만 하는 공주가 될 수 있게 해준 한결에게 감사하며 인생을 던지게 되는 -_- 수동적인 인물이 된다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아니 모르긴 몰라도 커프정도의 캐스팅에 물량공세(지하철 겉면을 광고로 도배까지 할 정도로 돈들였드만)라면 아마 그 정도로 덤볐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건졌을테다. 하지만 커프 속 이들의 관계맺음방식은 여느 트랜디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다르다. 8화에서 은찬이 먼저 사장님을 좋아한다고 대 놓고 또박또박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은 그걸 이용해 기선제압;이라든지 본인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얘길 듣고나서부터 더욱 진지하게 자신의 감정은 어떠한건지 정리하려 하지 않던가. 13화에서는 본격적;;으로 경제력 문제(?)가 등장해 주시는데, 한결이 자신이 다 부담 해 줄테니 가족부양걱정일랑 말고 자신을 따라 미국으로 오라고 한다든지 혹은 자기 혼자 미국에 간다 해도 자신이 비행기 값을 다 대줄테니 종종 미국에 놀러오라 해도 은찬은 똑부러지게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여자가 이렇게 까칠하게 나와주면 남자입장에서 존심이 상할 만도 한데, 둘은 마루에 드러누워 까딱까딱 발장난을 치며 웃는다. 학벌에 관련한 얘기는 사실 거의 문제되지도 않았고 딱히 등장할 만한 타이밍이 없었는데 아직 내가 보지 못한 최근방영분에는 은찬이 바리스타에의 꿈을 위해 유학을 결정하는 등의 얘기가 나온다데. 역시 보지 않아 섣불리 말할 순 없지만;; 듣자하니 은찬의 꿈 실현을 위해 한결이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려진다는데 여성이 자신을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게 남성이 적극 지지해 준다는 것도 얼마나 멋지냐.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게 해준다는 설정보다 이게 백배천배 좋다.

이 모든 상황은, 어쩌면 표면상 둘다 남자라는 설정에서 근거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은 '였다'지만 어쨌든 서로를 알아가고 연애감정을 느끼게 될 때 까지만 해도 둘 다 남자였으니) 하지만 은찬이 여성으로 밝혀진 이후에도 둘은 성역할놀이를 하며 고전 트랜디의 코스를 밟아가거나 하지 않는다. 스스로 찾아읽고다닌 스포일러에 의하면;; 같이 자는 문제도 은찬이 충분히 고민하고 판단한 후에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며. 또 다른 여성 등장인물 유주 역시 임신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사실 웃기지만) 한성에게 결혼해달라고 메달리거나 혹은 한성의 프로포즈를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한 이후에 결혼하게 된다고 하고. 흑흑 여태 13화까지밖에 못봐서;; 딱 이 문제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직전단계에 와 있는지라 뭐라 더 길게 쓰진 못하겠다. 그 외에도 은찬은 한성의 부적절한 키스에도 즉각 반응하는 등(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건 아니라는거다. 이 부분이 난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보통의 경우 혼란스러워하다가 다시 사랑에 빠져서 상처받게 되는 식의 형태로 그려지지 않던가!) 대단히 주체적이다. 그래서 난 이게 단지 남녀주인공의 처음 설정이 둘다 남자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성역할고민으로부터 아예 자유로울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니라 생각한다. 사실, 까놓고 말하면 남남커플간에도 여여커플간에도 권력문제는 존재하며 이로 인해 누군가는 강자가 또 다른 누군가는 약자가 되는 일은 존재할 수 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성폭력이 남녀간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군대내 성폭력은 왜 존재하는가. 결국, 성역할얘기라기 보다는 그냥 사람과 사람은 어떻게 만나고 소통해야하는가를 보여주는 얘기라는거다.

커피프린스 1호점 속 남녀간의 관계맺음방식은, 확실히 통속적 트랜디 드라마 속에서의 그것과는 꽤나 많이 다르다. 누가 절대 권력을 갖지도, 메달리지도 않는다. 강한 척 하느라 피곤해 하지도, 끌려가느라 자존심 구기지도 않는다. 다만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그걸 허물없이 표현할 뿐이다. 그래서 이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고 연애하는'드라마를, 대체로 연애관계에서 약자쪽에 섰던 여성들이 열렬히 지지하게 된 것일테다. 얼마나 '보기에 편하냐'. 게다가 덤으로 안구를 훈훈하게 덥혀주는;; 꽃미남들까지 줄줄히 행차해주시고, 노래까지 완전 좋아주시니 이 어찌 좋지 않겠느냔 말이다;; 단순히 야오이코드라서, 꽃미남이 나와서라고 커프의 이유있는 인기가 왜곡되는게 영 불편하네.

길고 지루한 여름밤이 계속되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같은 이 밤을, 나는 당분간 이렇게 커프와 불태우련다. 커프만세! 더불어 으네도 만세! 목소리로 정신을 쏙 빼놓는 쓸자아부지는 더더욱 만세!! (...)



덧붙이기 1. 헉. 오늘 다음 들어가보니 이런 기사가 메인에 떠 있네. 동성애보다 주체적 여성이 더 중요한 '커프'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비슷한데, 다만 나는 이게 '여성에게 유리한(=남성에게 불리한) 판타지'로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게 있는거다. 거듭 말하지만, 이건 인간대 인간의 이야기니까. 여성과 남성 모두 행복한 이야기니까.

덧붙이기 2. 아래는 예전 블로그에 썼던 커프리뷰. 뭐 쓴 시기가 다를 뿐이지 위의 얘기와 맥락이 거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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