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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무서운 사람들 같으니 :: 2009/04/08 04:57
근 반년 전 부터 기다려 온 PR 전문가 양성과정 교육 첫 날. 출석체크 후 자리에 앉아 앞으로 10주간 함께하게 될 동기들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봤다. 일과 마치고 온 거라 그런지 다들 살짝 지친 기색이다. 듣자하니 원래 PR 교육은 어딜가든 수강생들의 특성상 다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잘 어울린다던데 여긴 안 그런 분위기려나. 하긴 다들 오늘 하루도 고단했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첫 수업 선생님을 맞이했다. 강의 시작과 동시에 장황하게 자신의 이력을 나열하신 선생님은 대뜸 한 명씩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셨다. 얼결에 첫번째로 일어난 학생은 처음엔 다소 벙벙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알고 보니 전직 배우였던 그 분의 자기소개는 자신감 넘치는 PR인(혹은 영업사원)의 바로 그것이였다. 이어 한 명 두 명 일어난 이들은 모두 기다렸다는 듯 유려한 말솜씨로 소개를 이어갔고 그 때부터 강의실은 조금씩 왁자지껄한 대화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한 식품회사 직원은 '여러분의 간식은 앞으로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해 박수를 받았고, 한 아가씨가 '제가 막내가 아닐까 하는데..'하며 밝힌 나이에 움찔한 내가 일어나 '제가 막낸데요'라는 응수와 함께 소개를 이어간뒤 자리에 앉으니 옆자리 아가씨가 '우리 동갑이네요'하며 눈을 찡끗 해 보였다.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수업이 모두 끝나자 한 홍보대행사 대표이기도 하신 선생님은 호쾌하게 웃으며 '첫 수업 뒷풀이는 제가 쏘지요!'라며 호프집으로 앞장 서 가셨다. 호프집으로 장소를 옮기고 간단한 호구조사와 명함교환이 이뤄지자 여기저기서 편한 호칭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어느 분야 기자들이 까다롭다느니, 어떤 마인드의 대표님을 모시느냐에 따라 PR 방안과 결과가 달라진다느니, 이 쪽 일을 계속 하려면 석사를 넘어 박사까지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둥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사항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자리는 자연스럽게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노래방에 들어서자 모두 일사분란하게 한 손엔 탬버린 또는 마이크를 잡고 광란의 댄스를 춰대기 시작했다. 단 한 명도 빼거나 앉지 않고 미친듯이 몸을 흔들며 '오늘 집에 가지 말자!'를 외쳐대는 이 사람들을 보고있으려니 새삼 우리가 오늘 첨 만난 사이라는 사실이 떠올라 웃음이 쿡쿡 났다. 그렇게 한참을 흔들어대고 나와보니 시계는 어느덧 2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무사출근을 기원하며 택시에 나눠탔다. 아 이 무서운 사람들 같으니라고. 무서운 당신들의, 그리고 나의 이름은 PR담당자로세. 앞으로 이네들과 어떤 나날들을 엮어가게 될지 참 기대되누나.
그래서 PR일을 하지요 :: 2008/08/06 00:55
와우. 블로그에서 나의 일에 대해 쓰게 될 줄이야.
현재 나는 PR일을 하고 있다. PR, PR, PR. '자기PR'이라는 말이 일종의 대명사처럼 흔하게 쓰이는 요즘 이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광고와 선전과 홍보와 PR을 혼동한다. 그래서 이따금 직업이 뭐냐는 물음을 받으면 뭐라고 설명해야 정확히 이해해줄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엊그제 소개팅남한테도 분명 'PR일 한다'고 말해주었는데 영화시간 기다리며 잠깐 산책하던 중 특이한 디자인의 빌딩을 본 그로부터 '와. 별리님은 이런 특이한 디자인 구경해두면 일 하는데 도움 많이 되겠어요'라든지 '구체적으로 작업하신 광고가 뭐에요?'라는 질문을 받곤 더 설명하기 구찮아 대충 아무렇게나 답해주고 말았다능. 사실 나도 학부때 배운 교과서적인 정의 외엔 그 넷의 경계를, 특히나 홍보와 PR의 경계를 똑부러지게 잘라 설명하긴 힘들다. 업계에서도 마찬가지. 그래서 PR을 홍보라고 번역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저런 논의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거겠지.
PR은 Public Relations의 약자로 직역하면 공중관계다. 고로 PR일은 나의 고객이 공중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하면 되려나. 고객 스스로가 원하는 이미지대로 대중들의 인식에 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또 벌여주는거고. 정답일 순 없겠지만, 내가 인식하고 있는 선에선 그렇다;
내가 PR일을 택하게 된 건 이 일이 '관계지향적'인 일이기 때문이였다. PR일은 사회 한복판에서 우리 사회와 대중들, 그리고 매체들이 소통하며 관계 맺어가는 과정과 원리를 공부하도록 만들어준다. 해서 쉼없이 뉴스를 읽고 게시판들을 돌아다니며 이슈를 찾고 또 분석하는 작업을 생활처럼 하게 되는데 그게 전적으로 내 취향이다. 또한 기자도 아닌 것이; 고객사 직원도 아닌 것이; 이벤트 회사 직원도 아닌 것이; 하루에도 몇 번씩 수행해야 할 역할이 바뀌는데, 그런 식으로 다양한 역할과 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추가로, 조직 구성원들도 업이 업이고 재능이 재능이다보니(?) 누구보다도 정답게 관계맺는 법을 잘 알고 있어 사내 분위기가 화기애애 그 자체라는 사실. 히.
일을 하다보면 괴로움의 늪에 빠져들게 될 때도 있다. 내 생각엔 절대 대중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 같은 action도 고객이 강력히 원하면 최대한 다듬고 다듬어 벌여내야 할 때도 있고, 고객 자체가 대중들 혹은 나 자신에게 비호감이라 진심을 담아 대중들과 좋게 관계맺어 주기 괴로울 때도 있고 등등.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런 과정을 통해 고객에게 '진정 대중들이 원하는 건 무엇인가'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정말 대중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말을 걸어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거잖아.
엊그제, 입사 후 처음으로 맡았던 고객사와의 업무를 끝맺은 한 대리님은 메신저 대화명에 '첫 남자를 떠나보냈다.. 잘 가 안녕'이라고 적어놓으셨더라아. 그렇게 매일매일, 우리는 애인을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는 기분으로 일 하고 있다. 나의 욕심쟁이 애인과 순둥이 애인, 친구들한테 점수 많이많이 따야할텐데 :)
그냥. 입사 100일을 맞아 내가 왜 이 일을 택하게 됐고 또 좋아하게 된 건지 스스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히.
커플링이라도 맞출까, 입사동기 대리님이랑? 으하하;; 축 100일!



